10/22/2016

[터키] 임현재의 터키치북' 터키의 음악_1차

나는 아직도 여기가 부산인지 터키인지 모르는 와중에 돈 덩어리인 유학생 아들을 둔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감을 덜어들어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이 블로그 작성을 시작한다. 그 어떠한 동기보다 강력하리라 믿으며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오로지 부모님의 경제적인 부담감을 덜어들어야 한다는 효심하나로써 정말 순수함 그 자체임을 알려드린다. 엄마 아빠 할머니 사랑해요.
 
자식 된 도리로써 제 역할을 하기위해 내가 선정한 주제는 터키의 음악이다. 보고서에나 쓸 법한 뻔한 내용은 이만 각설하고 시청각 자료 위주로 길들여진 현대인들을 위한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담겠다.
 
나는 24만원 짜리 사즈를 샀다. 아직 엄마한테 말 안했다. 버거킹에서 주린 배를 겨우 채우고 `열 밤만 자고 일어나면 한국일거야`라고 눈물을 삼키며 잠이 드는 내가 24만원 짜리 듣도 보도 못한 사즈를 내 손으로 직접 살 리가 없지 않은가. 눈 뜨고 코 베인 나의 스토리로 이 기록을 시작한다.
 
터키 전통악기인 바을라마 사즈를 배우기 위해 구글에서 찾은 사즈 학원으로 갔다. 난 터키어과지만 터키어를 못한다. 학원 데스크의 안내원분께서 `türkçe?? franscızca??` (터키어 할 줄 아냐, 프랑스어 할 줄 아냐) 물어보시더니 선생님을 소개시켜 주셨다. 선생님께서는 `İnglicze hepsi yok`(영어 전혀 못한다)며 으름장을 놓으셨고 수업은 그렇게 선사시대 그들이 했던 방식과 유사한 의사소통 형식으로 진행됐다.

 
내가 다니는 학원의 모습

당장 악기가 없는 관계로 학원의 악기를 빌렸다. 얼핏 보긴 3줄이지만 한 줄에 여러줄씩 있다. 기타에 익숙한 나로서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둥근 본체가 너무 불편했다. 그렇게 기본 손풀기 연습이 끝나고 본격적인 곡 연습을 시작했다. 연습을 시작하기 전 노래를 설명하려는 그녀의 필사적인 노력을 나의 필력 따위로 담아내긴 죄송스러울 뿐이다. 30분쯤 연습을 했을까 `Bekle`(기다려)라는 말을 남기시고 나가시더니 학원에 있는 모든 선생님을 불러 모았다. 영문도 모른 채 난 연습했던 연주와 노래를 보여드렸고 자칫 하면 조롱조로 느껴질 법한 과한 브라보를 받게 되었다. 그때의 나의 모습은 필시 이랬으리라.

연습동영상은 차후에 촬영했음


수업을 마치고 사즈를 사러 선생님과 같이 가면 바가지를 먹지 않을 거라며 사즈 구입을 권유 당했고 선생님과 사즈를 사러 앙카라 최대의 중심지 크즐라이로 향했다. 하나 신기한건 전통악기인 사즈를 파는 악기점에 시내에 즐비하다는 것 이다. 가야금을 사러 홈플러스에 가는 느낌이다.




악기 상점에서 팔고있는 사즈와 기타 여러가지 전통악기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른 악기에 대해서도 조사해볼 예정

가게 주인은 선생님을 자주 본 듯 Hoca(아이고 선생님)하며 반겨주었다. 선생님은 직접 악기를 연주해 보며 나의 것이 될 악기를 가늠해 보았다

선생님이 악기를 가늠해보고 계신다.

çok güzel! (아주 좋은 악기이다)라며 나에게 권해 준 악기는 800리라 짜리 악기였다.(1리라=400원 하는 추세) 나는 `öğrengiyim` (나는 학생입니다)라며 강력한 부정의 표현을 했고 실랑이 끝에 조금 더 저렴한 675리라짜리 사즈를 사기로 했다.
 

`바가지를 먹은 것일까.. 선생님도 한 패인가... 그래도 선생님만은 믿어야지 않겠는가... 보고서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밝은 표정을 지어야한다...`는 수많은 생각들이 빚어낸 나의 표정이 압권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즈를 둘쳐 맨건지 올해 여름 스스로의 자금력으로 터키를 가기위해 공사장에서 지고 날랐던 30kg 건축자재를 둘쳐 맨건지, 어깨가 한 없이 무거웠다. 많은 생각 와중 기숙사 앞에 도착했고 난 벤치에 앉아 둥가둥가 소리를 내어 보았다.
그리고 난 `saz çalan koreli hahahahahh`(사즈 치는 한국인 ㅋㅋㅋㅋㅋ)이란 제목으로 어떤 터키인의 인스타그램에 게시되었다.
 

다음은 나의 터키어 실력과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완성 된 지난 레슨 연습곡에 대한 분석이다.
 
Maçka yolları
 
Maçka yolları taşlı
마츠카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네
(마츠카로 가는길에 돌이 있다.)
 
geliyor kalem kaşlı
어여쁜 소녀가 온다네
(온다 연필 같은 눈썹이)
 
Ne oldu sana yavrum
무슨 일이 있었니?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니? 내 사랑아)
 
Böyle gözlerin yaşlı
눈물을 흘리는 구나
(이렇게 너의 눈에서 흘러내리네)
 
yukarı gel yukarı
어서 오거라 어서
(높은 곳으로 와라 높은 곳으로)
 
Irmağın gözündeyim
너의 눈은 흐르는 강물 같아 보이는 구나
(강이다 너의 눈에는)
 
Eller ne dersedesin
수 없이 많은 거짓을 들어도
(거짓말쟁이가 무엇이라 말을 해도)
 
Ben yine sözümdeyim
난 다시 나의 길을 가리라
(나는 다시 듣지 않겠다)
 
나의 부족한 터키어와 현지인 친구들이 도와준 결과 어색한 한국어 번역본을 만들었다. 노래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마츠카란 마을의 사진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첫 번째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 마츠카로 가는 길이 왜 힘드냐는 질문을 했고 터키인 친구들은 핸드폰에서 마츠카라는 마을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곳을 가는 게 힘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마츠카로 가는 길은 험난해 보인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정든 고향땅을 멀리 한 채 떠나는 어린 소녀의 슬픔이 느껴지는 구절임을 지레짐작 해볼 수 있다.

  

이 노래에서 우리는 터키가 생각하는 미인의 생김새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kalem kaşlı에 대한 질문을 받은 터키인은 미녀를 상징하는 거라고 입을 모아 얘기해 주었다. 직역을 빌려 연필 같은 눈썹이라는 말인데 얇은 눈썹은 터키에서 생각하는 미인의 조건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여하튼 이 노래의 전체적인 느낌은 한 여자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마츠카라는 곳으로 가는 중이고 자신의 고향을 멀리한채 떠나며 울고있는 여자를 달래주는 남자의 노래이다.

또한 악보 우측 상단에 KARADENIZ라고 표기되어있다. 이는 흑해를 뜻하는데 흑해 풍의 리듬으로 연주하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선생님은 터키의 각 지역마다 음악적 색깔이 다르다며 수업이 진행되는 와중에 차차 설명해 준다고 하셨다.


 
 뒤 늦게 보고서를 작성하고있는 오늘도 난 사즈학원을 다녀왔다.  사즈 선생님의 연주를 게재하며 이번 달의 블로그 작성을 마친다.